안개가 걷히다

|
장래를 향해 뻗은 길에 뿌옇게 끼어있던 안개가 걷혔다.
블로그에 소홀해진 탓에 발표 후 5일이나 지나서 쓰게되었지만, 그 날의 들뜬 마음은 아직까지 요동치고 있다.
합격발표가 6시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행여나 일찍 났나 싶어 몇 시간 전부터 F5키를 연타했던 내 모습,
합격자 발표 공고 첨부파일에 문제가 있어 몇 분간 발을 동동 구르며 초조해했던 순간들,
내 이름을 찾으려 마우스 스크롤을 있는 힘껏 굴렸던 검지 끝의 감각마저 잊지 못할 것 같다.

그 동안 고시라는 곳에 발을 들였다는 이유로 고시병 걸린 사람처럼 나를 쳐다보는 시선들이 너무 무서웠고,
나이를 계란 한판 가까이 집어 먹을 동안 벌이도 변변치 않은 부모님께 용돈 타쓰고 사는 내 자신이 너무 미웠다.
고시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다른 선택을 한 것이라 애써 내 자신을 타이르고 응시했던 이번 시험은 그래서 더 부담스러웠다.
그래도,,,다행히 근거따위는 찾아보지도 않고 품은 자신감과 주위 사람들의 격려 덕분에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된다.

내년엔 그토록 가고 싶었던 과천정부청사에서 봄을 맞을 수 있게 되었다.
수능만 끝난다고 해서 그것이 끝이 아니었던 고딩시절, 그리고 제대만 한다고 해서 그것이 끝이 아니었던 군바리시절을 떠올려 보면
이번 합격 역시 마찬가지겠지.
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을 끝내기홈런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주자일소 역전적시타라고 말하고 싶다.
또, 내 고시생활은 해피엔딩이라고 말하고 싶다.
해피엔딩이란 관객을 행복하게 하는 결말이 아니라 시나리오 속의 주인공이 행복하면 충분한 것이니깐.
저작자 표시

'my story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안개가 걷히다  (3) 2010/05/16
"선배 좋겠네요"  (2) 2010/05/03
면접  (0) 2010/05/03
눈사람.jyp  (7) 2010/03/10
일종의 삽질  (4) 2010/03/09
아이팟으로 포스팅~ㅋ  (0) 2010/03/03
Trackback 0 And Comment 3
prev | 1 | 2 | 3 | 4 | 5 ... | 127 | next